주말이 시계들을 훑어보다가 떠오른 일화가 있어서 한 번 떠들어 봅니다.
작년에 아는 후배랑 술 먹다가 제 시계에 관심을 보이길래 풀어서 보여줬습니다. 그런데 대뜸 하는 말이 세라토나가 못생겼데요. (여기서 1차 충격) 나중에 가족에게 이 시계가 그렇게 이상하냐고 물어보니까, 세라토나 보더니 사람 얼굴 같다고, 사람이 '오!'하고 외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.
그래서 후배한테 무슨 시계가 예쁘냐고, 섭마 검정이랑 GMT를 보여줬는데 '이거 다 똑같은 시곈데 색깔만 다른 거야?'라고 묻더라고요. (2차 충격)
뭐가 제일 비쌀 거 같냐니까 세라토나 말고 루트비어를 찝더라고요. 그리고 남자들은 이상한 거(정확히 이렇게 표현했습니다) 말고 그냥 섭마 검정이 가장 차면 멋있을 것 같고, 나이가 좀 들면 루트비어가 중후함이 멋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새삼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프리미엄이나 희귀성, 인기도 같은 거 말고 정말 시계를 순수하게 디자인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는구나, 라고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.
여기서 약간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, 특히 여성들의 시계에 대한 생각과 시계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. 특히 펩시에 대해서는 색깔 조합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하는 거 보고 또 놀랐는데, 여자들이 펩시 색 조합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.
미국 여BJ가 시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선물 받은 펩시를 차고 나왔는데, 디자인이 너무 촌스럽다고 말했다가 시계 매니아인 채널 주인이 이거 프리미엄이 얼마짜린 줄 알고 하는 소리냐고 아연실색을 했던 적도 있고요.
아무튼 펩시는 사람들이 뭐라 그러던 제 눈에 여전히 예뻐보이는데... 데이토나는 디자인 볼 떄마다 '오!'의 저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. 자꾸 뭉크의 그림이 떠올라요...
뭐...그래도 제 눈에 좋고 예쁜 걸 차야죠.ㅋㅋ